[chosun] 개인 P2P 투자 1000만원 제한에… 법인 만들어 우회투자
외부뉴스
2017-11-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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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라인 규제 피하기 나서]
법인은 투자 한도 제한받지 않고 세금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어
일부 투자자, 개인 대부업자 등록

당국 "법인 투자는 손실 위험 커"
업계 "구시대적 천편일률 규제"

A(49)씨는 최근 자신이 설립한 법인을 통해 한 부동산 전문 P2P(개인 간 대출거래) 업체에 3000만원을 투자하고 있다. 전업 투자자 B(35)씨도 역시 법인을 통해 이 업체에 1억9000만원을 투자 중이다. 지난 5월 말부터 금융 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시행 중인 'P2P 대출 가이드라인'이 본격 적용되면서 개인 투자자가 동일한 P2P 업체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가 최대 1000만원으로 제한되자 투자 금액 제한을 받지 않는 법인을 설립해 우회 투자에 나선 것이다.

정부가 최근 1~2년 새 급격히 성장하는 P2P 시장에서 투자자들을 보호하려는 명목으로 개인의 투자 금액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규제에 나섰지만, 일부 투자자는 법인 설립 등을 통해 규제망을 피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당국은 일부 업체가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를 더 받기 위해 법인 설립을 부추기고 있다며 벼르고 있지만, P2P 업계는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 때문에 이 같은 우회 투자자가 나오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법인 설립해 투자 한도 피하고 세금 아껴

개인이 법인을 설립해 P2P 투자에 나설 경우 얻을 수 있는 혜택은 크게 2가지다. 우선 정부의 P2P 대출 가이드라인에 따라 개인 투자자는 한 업체당 1000만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도록 한 투자 한도 제한을 적용받지 않는다. 일반 개인도 자본시장법상 전문 투자자로 인정받으면 투자 금액의 제한을 받지 않지만, 이를 위해선 금융 투자 상품 잔고가 5억원 이상이어야 하는 등 자격 요건이 훨씬 까다롭다.

다음으로 절세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현재 P2P 업체에 투자해 얻은 이익은 소득세법상 비영업대금 소득세율이 적용돼 27.5%가 적용된다. 이는 은행 예금이자(15.4%)의 거의 2배 수준이다. 하지만 법인을 통해 P2P 업체에 투자해 수익을 내면 차후에 법인세와의 차액만큼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연소득이 2억원 이하인 소규모 법인의 법인세율은 10%다.

따라서 법인을 통해 P2P 업체에 1억원을 투자해 1000만원의 수익을 올린 사람이 처음에 275만원(27.5%에 해당)을 세금으로 냈다면, 실제로 내야 할 세금은 법인세 10%에 해당하는 100만원이기 때문에 나중에 차액인 175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 셈이다. 한 P2P 업체 관계자는 "요즘에는 법인을 설립할 때 자본금도 자유롭게 납부할 수 있고, 별도 사무실을 보유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거액 자산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일부 개인 투자자 중에는 비슷한 세제 혜택을 노리고 개인 대부업자로 등록하는 사례도 있다. 개인 대부업자의 경우 대부업협회에서 사전 교육을 받은 뒤 관련 서류를 갖춰 관할 지자체에 등록만 하면 되기 때문에 절차가 좀 더 간편하다는 평가다.

◇당국 "손실 위험 커 규제해야" VS 업계 "잠재력 큰 벼룩 가두는 격"

금융 당국은 최근 일부 P2P 업체가 실적이 부진해지자 기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법인을 설립해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보고 행정지도에 나섰다. 실제로 올 들어 한국P2P금융협회 소속 업체들의 누적대출액은 투자 한도 제한을 골자로 한 가이드라인이 본격 적용된 지난 5월 말까지 매달 전월 대비 12~18%씩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이후 6월과 9월을 제외하면 한 자릿수 성장에 그치는 등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선 협회 소속이 아닌, 상대적으로 인지도와 안정성이 떨어지는 업체들의 경우 타격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법인 등을 통한 우회 투자가 불법은 아니지만 투자자 보호라는 가이드라인의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에 적발 시 구두 경고를 하고 있다"며 "P2P가 당장은 연체율이 낮지만 언젠간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고수익 상품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P2P 업계에서는 당국이 업체당 투자 한도를 1000만원으로 제한하는 식의 천편일률적 규제에 나서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제 막 자라나기 시작하는 신성장 산업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는 것이다. 우회 투자자가 나오는 것도 당국이 구시대적인 규제에 나서다 보니 일부 발 빠른 투자자들이 한발 먼저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P2P 업체 관계자는 "모든 업체에 동일하게 투자금액 제한을 두는 것은 높이 뛸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벼룩을 통에 가둬놔 한계를 지우는 것"이라며 "당국의 규제가 업계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되 문제가 있는 업체에 대해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쪽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